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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 왔다 가면서부터 아랫동네 애들이 쌀을 주잖어!

모~모 2017. 8. 4. 17:04

김태산 씨


김대중이 왔다 가면서부터 아랫동네 애들이 쌀을 주잖어!

(자유북한방송, 2017. 8. 4)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자강도 강계 군수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 후 평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국가기관으로 옮겨 근무를 하였다.

그러던 중 1994년에 사업차 강계에 내려갔다가 내가 일하던 군수공장에를 잠시 들러보았다. 그런데 그 큰 공장이 문을 닫고 정문에는 보초만 서있었다. 친구들을 만나보니 많은 로동자들이 굶어서 죽었거나 농촌으로 또는 시장마당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간부들만 남아서 공장을 지킨단다. 나는 중앙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 나라사정을 좀 안다고는 생각했지만 군수공장마저 자재부족과 식량 미공급으로 문을 닫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02년 겨울, 해외에 나가있던 나는 회의 차 평양에 들어갔다가 다시 한 번 강계에 갈 일이 생겨서 잠시 공장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썩 가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옛 친구들 소식이 궁금하여 다시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죽었던 공장이 다시 살아서 잘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공장의 정문에는 예전처럼 선전용 구호들이 죽 나붙어 있고 맨 앞에는 “1월 생산계획 103% 초과수행이라는 대형 구호가 붙어 있었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하여 공장의 당위원회에 근무하는 친구를 서둘러 정문 밖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그 친구는 간단히 인사만 하고는 지금은 바쁘다며 저녁에 자기 집에서 다시 만나자고 한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나와 옛 친구들 서너 명이 술병을 들고 그 친구의 집으로 찾아가서 함께 모여 앉았다. 술이 몇 잔 돌고 인사말들이 끝나자 나는 그 친구에게 궁금한 점들을 캐물어 보았다.

! 어케 공장이 다시 살아난 거야? 배급은 제대로 주나? 원자재들은 어케 보장   

  받는 거고?” 궁금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러자 옆의 친구가 대답한다.

김대중이 왔다 가면서부터 아랫동네 애들이 쌀을 주잖어! 그래서 군수공장들만은

  정상적으로 배급을 공급하고 있어. 그리고 어케 된 건지는 몰라도 그때부터 수입

  원자재들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단지 고급 기능공들이 고난의 행군 때에

  많이 굶어 죽어서 문제일 뿐이지!”

그러자 또 한 친구가 말한다.

야 태산아, 남조선 아덜이 보내주는 쌀을 먹으면서 걔들이 준 돈으로 자재를 사다

  가 남조선 애들을 죽일 무기를 만든다는 것이 좀 웃기지 않냐?” 라고 말해서 모

  두들 한바탕 웃었다.


나는 그때 속으로 남조선 놈들은 정말 바보들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지금 그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남조선 사람이 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대북지원을 부르짖는 남한 사람들을 여전히 바보들이라고 생각한다.

                - 김태산 (전 조선-체코 신발합영회사 사장) -